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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정보

한국인의 건강 상태의 변화 과정을 알아보자

by 스마일 만지 2024.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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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한국인은 비만에 익숙하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또한 너무 흔해서 이런 질병들에 대해 별다른 위기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뇌심혈관질환이나 암에 걸려 사망하는 것 또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불과 50년 전만 해도 지금과는 상황이 아주 달랐다. 50년 전이라 하면 까마득하게 느껴지겠지만 생각해 보면 그리 먼 옛날이 아니다.

1969년 시행된 전국 실태조사에서 한국인의 기생충이란 양성률은 90.5%에 달했다.

국력을 횡령하는 기생충이라는 제목의 1971년 중앙일보 기사에 따르면, 회충이 1년간 전 국민으로부터 흡수한 당분의 양이 쌀 445만 톤에 달했다. 1970년의 쌀 총생산량이 450만 톤 정도였던 걸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촌충은 하루에 0.4cc의 피를 빨아 먹는데, 당시 국민 1인당 10마리 정도의 촌충에 감염된 현실을 감안하면 촌충으로 인한 연간 혈액 손실량은 1,168L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1966기생충 질환 예방법을 제정해 1969년부터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변 기생충 검사를 시행하기 위해 시작했다. 채변봉투에 대변을 담아 학교에 제출하는 기생충 검사는 1995년까지 지속되었고, 77%에 달하던 학생들의 기생충이란 양성률은 1995년 마지막 검사 때 02.0%로 감소했다.

기생충 감염이 줄어들면서 대변검사와 구충제 처방으로 기생충 박멸 사업을 벌이던 한국기생충박멸협회는 1986년 한국건강관리협회로 전환됬다. 한국의 대표 질병이 기생충증을 포함한 감염성질환에서 비감염성질환으로 전환된 현실이 반영된 것이다.

 

1996년 이후에 학교를 다닌 사람들은 기생충 검사를 위해 채변을 한 적이 없다. 그래서 기생충이 만연했던 한국을 상상하기 힘들다. 이와 비슷하게 2020년을 살아가는 많은 한국인은, 현재 한국인이 겪고 있는 건강 문제의 상당수가 수십 년 전만 해도 거의 없다시피 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대중들뿐만 아니라 의료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한 사회의 사망률이 감소하면서 주된 질병이 감염성질환에서 비감염성질환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역학적 전환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이후 인구 1,000명당 33명에 달했던 사망률이 1950년대 후반 현대 의학의 도입과 함께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해 1960년대 후반에는 저사망의 기준인 10명 미만까지 줄어들었다. 그리고 1980년대 초반부터는 출생률 또한 저출산의 기준인 인구 1,000명당 20명 미만으로 감소해 불과 20~30년 사이에 역학적 전환이 완료되었다.

스웨덴의 경우 사망률이 감소하기 시작한 19세기 초부터 출생률이 감소한 20세기 중반까지 150년이 넘는 시간에 걸쳐 역학적 전환이 진행된 것을 감안하면, 한국의 역학적 전환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의 역학적 전환 특성은 현대인이 겪고 있는 만성질환들의 발생 원인을 통찰하는 데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불과 몇 십 년 사이에 다양한 만성질환들이 증가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스웨덴이라면 180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자료를 찾아야 했지만, 한국은 비교적 최근이라 할 수 있는 1960년대 이후의 요인들을 검토하면 된다. 더욱이 이런 전환 과정을 직접 경험한 세대들이 아직 살아 있어 연구가 유리하다.

 

대부분의 건강 정보는 문제가 되는 질병이 없는 지역의 특징을 정리한 것들이다. 가령, 현재 심혈관질환에 좋은 건강 식단으로 알려진 지중해식 식단1950~60년대 그리스와 이탈리아 등 지중해 지역 사람들이 미국, 핀란드, 네덜란드 사람들과 비교하면 심혈관질환이 적게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에서 시작되었다. 심혈관질환이 적은 지역 사람들의 특징을 따라 하면 심혈관질환 발생률도 비슷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마찬가지의 관점으로 1960~70년대 한국의 상황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당시에는 비만,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심혈관질환, 아토피, 염증성질환, 각종 자가면역질환, 성조숙증 등이 드물었다. 이런 명백한 사실들은 현재 유형하는 만성질환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요인들이 1960~70년대 한국인의 삶에 있다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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