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환자들이나 '당뇨병전단계(인슐린저항성) 상태(공복혈당 100mg/dL)'인 사람들은 혈당에 민감하다. 혈당이 높게 나오면 당뇨병으로 진행되거나 당뇨병이 악화되므로 자연스럽게 혈당을 올리는 탄수화물에 두려움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점점 탄수화물을 줄이고 단백질을 더 많이 먹으려고 한다. 약을 처방해 주는 의사들의 조언도 환자들의 막연한 공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의사들은 혈당을 조절하기 위해서 당지수가 낮은 음식을 먹되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균형 있게 섭취할 것을 권한다. 더불어 정상체중을 유지하게 위해 칼로리를 적당히 또는 살짝 적게 섭취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라고 조언한다. 물론 다 좋은 말이다. 그런데 너무 두루뭉술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행동지침이 딱 떠오르진 않는다. 의사나 환자 모두 당뇨병의 근본 원인인 인슐린저항성을 유발하는 영양소나 음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에는 저탄수화물 고단백 식단과 관련한 여러 가지 주장이 사람들을 더욱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식사 전 혹은 식사 중에 단백질을 섭취하면 식후 혈당이 낮아진다며 단백질, 특히 동물성 단백질 섭취를 권고한다. 과연 식사 전이나 도중에 동물성 단백질을 먹으면 혈당이 낮아질까? 물론 낮아진다. 그런데 이는 매우 당연한 현상이다. 고기, 생선, 우유, 계란 등 다양한 동물성 단백질이 인슐린을 추가로 분비시키기 때문이다. 동물성 단백질이 신비한 능력이 있어서 혈당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췌장의 베타세포를 쥐어짜 인슐린을 더 많이 분비시킴으로써 혈당이 낮아진 것뿐이다.
당장에 식후 혈당이 낮아지는 것만 생각하고 꼬박꼬박 동물성 단백질을 챙겨 먹으면 결국 만성적인 인슐린저항성 상태에 이르고 당뇨병이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이미 당뇨병이 있다면 과부하상태로 인슐린을 분비하고 있는 췌장을 더욱 혹사시켜 췌장의 인슐린 생산능력을 일찌감치 소진시켜 버린다. 이렇게 되면 먹는 약만으로는 혈당조절이 불가능해지고 추가적으로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장기적인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고 지금 당장 식후 혈당 낮추기에만 급급해 동물성 단백질을 챙겨 먹는 것은 임기응변에 불과하다.
식물성 단백질도 인슐린을 추가로 분비시키기는 한다. 하지만 동물성 단백질이 인슐린을 분비시키는 것에 비하면 절반 이하 정도밖에 안 된다. 게다가 다양한 실험 및 관찰연구에서 식물성 단백질이 당뇨병 발병과 관련이 없다는 사실이 일관되게 보고되고 있다. 그러니 장기간 반복적으로 과도하게 식물성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 아니라면 식물성 단백질의 인슐린 추가 분비로 인한 인슐린저항성 발생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단, 보통 단백질은 섭취 칼로리의 20%를 넘기지 않도록 권고하므로 식물성 단백질 또한 전체 칼로리의 20%를 넘지 않게끔 섭취하는 것이 좋다. 다행히 대두나 견과류를 과하게 섭취하지 않는 이상 식물성 단백질을 20% 초과해서 섭취하는 경우는 드물다.
동물성 단백질 중 인슐린 분비를 가장 많이 촉진하는 것은 우유단백질이다. 우유에는 카제인과 유청의 2가지 단백질이 있다. 치즈를 만들 때 고체로 응결되는 단백질 성분이 카제인이고 그 외에 액체 상태로 남아 있는 단백질이 유청이다. 둘 다 인슐린을 분비시키지만, 유청이 인슐린 분비 효과가 월등히 크고 카제인은 간에서 인슐린유사성장인자-1이라는 성장호르몬을 분비시키는 효과가 크다.
유청은 다양한 단백질 보충제의 주요 성분으로 사양되기도 한다. 운동 후 유청이 포함된 단백질 보충제를 먹으면 인슐린이 더 많이 분비되어 아미노산의 근육세포 흡수가 증가하고 단백질 합성도 촉진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청에는 인슐린을 과도하게 분비시키고 인슐린저항성을 유발하는 분지아미노산이 많다. 따라서 단백질 보충제 중 유청 혹은 분지아미노산이 들어 있는 것은 우선적으로 배제하는 것이 좋다.
건강하게 혈당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식후 혈당, 당지수만 따져서는 안 된다. 식후 혈당이나 당지수는 탄수화물, 녹말 식품들을 비교할 때만 사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동물성 식품이나 지방과 단백질이 과도하게 많은 대두와 견과류의 당지수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들 음식은 인슐린지수가 낮은 것을 선택해야 한다. 이것이 건강하게 혈당을 조절하는 길이다. 다만, 식품의 인슐린지수 정보가 매우 제한되어 있는 데에다 개별 논문에서 산발적인 형태로만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일반적인 경향성은 있다. 지방과 단백질이 많은 음식일수록 당분에 대한 인슐린반응이 높고, 식물성 단백질에 비해 동물성 단백질이 인슐린지수가 높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인슐린 지수가 가장 높은 음식이 우유라는 사실이다.
이상의 정보를 종합했을 때 건강하게 혈당을 조절하는 방법은, 건강한 녹말 식품(현미, 통밀, 귀리, 기타 통곡물, 감자, 고구마, 옥수수 등)으로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섭취하고,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먹고, 동물성 단백질보다 식물성 단백질을 우선 섭취하고, 튀기거나 볶은 음식, 설탕이 많이 들어간 음식을 피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저지방 자연식물식'의 원칙을 지켜 식사를 하면 즉각적으로 공복혈당 및 당화혈색소가 개선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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