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중 인슐린 농도가 높으면 왜 인슐린저항성이 발생할까? 체내에서 인슐린이 많이 분비되면 포도당, 아미노산, 지방세포의 흡수가 증가하면서 세포의 지방 합성과 축적, 단백질 합성이 촉진되고 세포의 성장과 증식이 촉진된다. 그런데 세포에서 감당할 수 있는 지방창고에는 한계가 있어서 지방이 많이 쌓이면 개별 세포들은 포도당 흡수를 줄이게 된다. 이로 인해 혈액 내에 포도당이 과도하게 높아지면 포도당이 인체의 단백질과 결합해 단백질의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 때문에 몸 전체 차원에서는 인슐린 분비를 늘려서라도 세포들이 포도당을 더 많이 흡수하도록 압력을 가해 혈당을 정상 수준으로 유지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뭘 먹어도 지방으로 저장되는, 즉 살이 잘 찌는 상태가 된다.
다행히 어쩌다 한 번 이런 일이 있으면, 시간이 경과하면서 세포 내 지방창고가 비워져 세포와 몸은 다시 예전처럼 정상적인 수준에서 혈당과 인슐린 농도가 유지될 수 있다. 그러나 끼니마다 인슐린을 과도하게 분비하는 음식, 혈당을 급격하게 올리는 당분, 세포에 가장 우선적으로 저장되는 지방을 많이 먹으면 세포와 몸이 점점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
인슐린이 분비되어도 세포에 혈당을 저장할 여유가 없어지면 혈당은 정상 범위를 벗어나 상승하게 된다. 췌장의 베타세포 또한 인슐린을 과도하게 생산하기 위해 세포 분열과 증식을 하다 보면 조기에 베타세포의 줄기세포가 고갈되어 결국 인슐린을 생산하기 어려운 상태에 이른다. 평생 아껴 써야 할 베타세포의 줄기세포들이 일찌감치 소진되어 버린 탓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혈당이 급격히 상승하고, 혈관 기능도 저하되고, 각종 장기들의 기능도 본격적으로 저하되기 시작한다. 보통 이런 문제가 발생할 정도가 되면 지방조직, 간, 근육에는 이미 지방이 상당히 축적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지방창고에 들어가지 못한 지방이 혈액을 떠돌아다니는 고중성지방혈증과 고콜레스테롤혈증이 동반된다.
그렇다면 인슐린저항성은 고인슐린혈증 때문인가, 아니면 세포 내 지방 축적 때문인가? 답은 '둘 다'이다. 하지만 핵심적인 병리기전은 세포 내 지방 축적이다. 세포 내에 지방이 축적되면 세포 내 공장인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생산이 줄어들고, 그 결과 세포막의 인슐린수용체가 감소한다. 결국, 인슐린저항성을 예방하고 기존의 인슐린저항성을 치료하려면 지방 섭취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게 관건이다. 근육세포 내의 지방을 고갈시키는 방법으로 매일 1시간 정도의 중강도 운동과 전체 칼로리의 10% 내외 수준의 저지방 식이가 권고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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