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슐린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동으로 탄수화물을 떠올리지만, 인슐린은 단백질에 의해서도 분비되면 그중 단백질에 의해 더 많이 분비된다. 이 사실에 대해 알려주면 다들 믿으려 하지 않는다. 인슐린은 탄수화물에 의해 분비된다는 인식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는 영양소는 포도당뿐만 아니라 류신, 아르기닌 같은 아미노산도 있다. 따라서 섭취하는 단백질의 종류가 매우 중요하다. 물론 포도당, 류신, 아르기닌만으로 인슐린 상태를 다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슐린은 함께 섭취하는 지방의 양과 종류, 자율신경 및 호르몬 균형상태 등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동물성 단백질에 의해 인슐린이 과잉으로 분비되고, 이로 인한 인슐린저항성과 당뇨병 발병이 증가하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동물성 단백질과 인슐린저항성 및 당뇨병 발생의 관련성에 대해 2020년에 발표된 연구결과를 살펴보자. 일명 <로테르담연구>로 불리는 이 연구는,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거주하는 당뇨병 없는 45세 이상 성인 6,822명을 21년간 추적관찰하면서 단백질을 많이 먹는 사람에게서 인슐린저항성이나 당뇨병 발생이 감소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최근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단백질을 많이 먹으면 체중이 감소한다는 연구들이 많이 발표되면서 저탄수화물 다이어트가 유행인데, 이런 체중 감소가 장기적으로 당뇨병 발생 위험도 낮출 수 있는지 분석하는 것이 <로테르담연구>의 목적이었다. 하지만 연구결과는 저탄수화물 실천자들에게 다소 충격적이었다. 탄수화물을 적게 먹고 단백질을 많이 먹을수록 인슐린저항성과 당뇨병 발생 위험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이할 만한 점은 동물성 단백질을 많이 먹을 때만 문제가 발생하고 식물성 단백질은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루에 섭취하는 칼로리 5%에 해당하는 탄수화물을 동물성 단백질로 대체할 경우 당뇨병 발생 위험이 37%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말해, 하루에 2,000Kcal를 섭취하는 사람이 100Kcal에 해당하는 25g의 탄수화물을 덜 먹고 25g의 동물성 단백질을 더 먹을 경우 당뇨병 발생 위험이 37% 증가한다는 의미다. 식물성 단백질은 곡물, 콩 및 견과류, 감자, 채소 및 과일 등 종류와 상관없이 당뇨병 발생과 관련이 없었다. 반면, 동물성 단백질은 육류, 생선, 우유 및 유제품 등 모든 종류가 당뇨병 발생 위험을 증가시켰다.
<로테르담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2,000Kcal를 섭취하는 경우를 기준으로 탄수화물을 줄이고 다양한 동물성 단백질을 더 먹을 때의 당뇨병 발생 위험은 아래와 표와 같다. 밥 1공기를 먹지 않고 대신 300Kcal만큼 고기를 더 먹으면 174%, 생선 및 해산물을 더 먹으면 349%, 우유 및 유제품을 더 먹으면 86% 당뇨병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 더 욕심을 내서 하루에 밥 2공기를 먹지 않고 대신 약 600Kcal만큼 고기, 생선, 우유를 더 먹으면 각각 653%, 1,918%, 246% 당뇨병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
대체하는 양 | 밥 1/3공기, 식빵 1조각 탄수화물 100kcal, 5%kcal) |
밥 1공기 (탄수화물 300kcal, 15%kcal) |
밥 2공기 (탄수화물 600kcal, 30%kcal) |
육류(소, 돼지, 닭 등) | 40% 증가 | 174% 증가 | 653% 증가 |
생선 및 해산물 | 65% 증가 | 349% 증가 | 1,918% 증가 |
우유 및 유제품 | 23% 증가 | 86% 증가 | 246% 증가 |
동물성 단백질에 의해 인슐린저항성과 당뇨병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는 전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2004~2016년에 단백질 섭취량에 따른 당뇨병 발생 위험을 평가한 대규모 역학연구들을 메타분석한 연구결과에서도 그 경향이 확인된다. 저탄수화물, 동물성 고단백 다이어트가 당뇨병 발생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밝혀졌지만 대중들에게는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동물성 단백질의 인슐린 분비 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지방이 없는 소고기 안심을 먹을 경우 인슐린이 공복상태의 3배까지 증가하고, 혈중 중성지방이 60mg/dL가량 증가한다. 탄수화물이 전혀 없는 코티지치즈를 먹을 때도 인슐린 농도가 공복상태의 3배 이상 증가하고, 계란흰자만 먹어도 인슐린 농도가 2배 정도 증가한다. 게다가 탄수화물과 동물성 단백질을 함께 먹으면 탄수화물만 먹었을 때보다 인슐린 분비량이 60% 정도 증가한다. 동물성 단백질 중에서도 유청이 인슐린을 가장 많이 분비시켰고, 그 다음으로 참치, 칠면조, 계란흰자 순으로 인슐린 분비 효과가 컸다. 반면 식물성 단백질은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했을 때보다 인슐린이 50~65%가량 적게 분비된다.
'건강 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만성질환 바로 알기 - 물만 마셔도 살이 찐다? (0) | 2024.10.06 |
---|---|
인슐린저항성의 주원인 - 2. 지방 (0) | 2024.10.05 |
공공의 적, 인슐린저항성 - 인슐린저항성이란? (0) | 2024.10.03 |
공공의 적, 인슐린저항성 - 인슐린의 역할 (0) | 2024.09.26 |
알아두면 좋은 영양생리의 기초 - 소화생리 (0) | 2024.09.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