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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정보

알아두면 좋은 영양생리의 기초 - 단백질

by 스마일 만지 2024.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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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은 20개의 아미노산들이 구슬처럼 엮여 있는 물질로, 각 단백질은 아미노산이 연결된 순서에 의해 고유한 기능을 발휘한다. 단백질은 탄수화물, 지방과 더불어 에너지를 공급하는 대량 영양소 중 하나이며, 유일하게 질소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중 8개의 아미노산에는 인체에서 합성할 수 없어 반드시 음식을 통해 섭취해야 하기 때문에 필수아미노산이라 불린다. 지금까지 필수아미노산은 동물성 단백질과 식물성 단백질을 구분하는 핵심 키워드처럼 사용되어 왔다.

일례로, '식물성 단백질은 필수아미노산이 부족하므로 반드시 동물성 단백질을 먹거나 식물성 단백질을 정교하게 조합해서 먹어야 한다.'와 같은 주장이 영양학적 지식이 있는 사람들의 상식처럼 취급되었다. 하지만 식물성 단백질에 있는 단백질의 양과 필수아미노산은 전혀 부족하지 않다. 이런 주장은 단백질과 관련된 미신에 불과하다.

 

현대 영양학은 '단백질 영양학'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단백질에 집착한다. 더 엄밀이 말하자면, 모든 단백질이 아닌 동물성 단백질을 숭배한다. 이런 태도는 1839년 단백질을 화학적으로 구분해 낸 네덜란드 화학자 게르하르트 물더가 '가장 중요한'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proteios'에서 '단백질'이라는 이름을 따온 것에서부터 알 수 있다. 단백질은 인간의 진보나 문명화와 연결되기도 한다.

이는 인간이 덩치가 크고 민첩한 동물을 사냥 행위로 제압하고 이 동물을 먹음으로써 인간도 그만큼 덩치가 커질 것이라는 미신적 믿음과 관련 있다. 이런 믿음은 20세기 들어 동물성 단백질이 질 좋고 효율적이라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농장의 동물에게 동물성 단백질을 먹일 때 더 빨리 크고, 체중도 더 빨리 증가했다. 그런데 이 논리를 사람에게 적용했을 때 아이들의 키와 체중이 빨리 증가하고 사춘기와 초경도 빨라진다면, 과연 이것이 우리가 바라는 바람직한 현상인지 의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단백질을 둘러싼 논쟁거리는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인간에게 적합한 단백질 필요량이 얼마인지에 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동물성 단백질이 식물성 단백질보다 우월한지에 대한 것이다. 우선 단백질 필요량에 대해서 알아보자.

영양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독일의 생리학자 칼 보이트는 1877년에 성인 남성은 최소 118g의 단백질을 매일 섭취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그의 제자이자 이후 미국 농무부의 영양연구실을 설립한 윌버 앳워터는 1887년 한술 더 떠 125g을 권장했다. 보이트는 소변으로 배설되는 요소양을 바탕으로 단백질 필요량을 추정했지만, 소변의 요소 양은 단백질을 많이 먹을수록 증가하기 때문에 배설되는 요소 양에 맞춰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는 주장은 당시에도 논란이 많았다. 사실 이 정도의 단백질은 상당량의 고기를 먹지 않고서는 충족시키기 어려웠다. 뿐만 아니라 당시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아시아국가 및 전 세계의 산업화되지 않은 지역 사람들은 이 수치의 절반보다 적은 단백질을 섭취하고도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했다. 과거보다 육류 섭취량이 10배가량 증가한 현재 한국 남성의 단백질 섭취량이 84g이고 이마저도 한국의 권정량을 41% 초과한 것임을 감안하면, 118g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주장인지 짐작할 수 있다.

 

물론 당시에 단백질을 숭배하는 전문가들만 있었던 건 아니다. 덴마크 생리학자 미켈 힌디드는 연구에 참여한 대상자들이 1년간 감자나 빵에서 20~22g의 단백질만 섭취하고도 하루 16시간씩 농사일을 하고, 체중이 2kg가량 증가하고, 단백질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그리고 본인의 저단백 식단과 연구대상의 경험을 통해 건강한 탄수화물을 충분히 섭취하면 단백질은 결코 부족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예일대학교 생리화학 교수였던 러셀치텐덴도 보이트의 과도한 단백질 권장에 대해 반대의견을 제기했다. 그는 전체적인 식사량과 고기 섭취량을 줄여 단백질을 하루에 40g이 넘지 않게 섭취하면서 류머티즘 증상이 개선되고 최상의 심신 컨디션을 유지되는 경험을 했다.

 

현재 영양학계의 단백질 권고량은 힌디드나 치텐덴의 과학적인 주장에 가깝게 낮아지고 있지만, 단백질에 대한 태도는 여전히 미신적인 보이트의 관점을 따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비과학적인 단백질에 대한 태도는 개인의 건강뿐만 아니라 위기의 시기에 비극을 초래할 수도 있다.

1차 세계대전 시기 독일과 덴마크의 상황은 단백질에 대한 태도가 사회적으로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고단백 이론을 고수한 보이트의 고국 독일은 영국 및 연합국의 해상봉쇄로 곡물 수입이 중단되었을 때 40만 명 이상이 영양실조로 사망했지만, 저단백 이론을 주장한 힌디드가 배급 정책을 맡은 덴마크는 사망률이 오히려 34% 감소했다. 전쟁 중에 사망률이 감소한 것은 독일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런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 이유는 덴마크 정부가 힌디드의 제안을 받아들여 가축의 수를 줄이고, 가축 사료로 쓰일 보리와 곡식을 사람이 먹을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당시 덴마크는 식량 배급 계획을 수립할 때 곡물의 속껍질을 고기와 계란을 대체할 단백질 공급원으로 취급했다. 이를 위해 속껍질이 있는 곡식가루로 빵을 만드는 방법을 교육시키고, 통호밀, 통밀, 보리죽, 감자를 주식으로 제공했다. 힌디드는 이전부터 스스로 저단백, 채식 위주 식단을 유지하면서 육체적 건강상태가 호전되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식량 배급 시기의 사망률 감소가 전혀 놀랍지 않았다고 1920년 <미국의사협회지>에 발표했다.

 

1900년 전후 근대 영양학이 시작될 때부터 단백질 필요량과 단백질을 동물성 식품에서 얻을 것인지, 식물성 식품에서 얻을 것인지는 치열한 논쟁거리였다. 하지만 일련의 기록들과 우리의 경험을 살펴본다면 인간이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단백질은 30~40g 수준이고, 단백질을 과하지 않게 섭취할 때 건강상태가 오히려 향상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식량을 동물성 식품에 의지하지 않을 때 위기 상황에 훨씬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단백질과 관련된 현재까지의 방대한 연구를 종합한 결과, 하루에 체중 1kg당 0.3g 정도의 단백질이 손실되고, 이를 보충하기 위해 소화흡수율 및 생물학적 활용 등을 감안해서 체중 1kg당 0.66g의 단백질 보충이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또한 단백질이 동물성이든 식물성이든 소화흡수율 및 생물학적 활용에 있어서 차이가 없으며, 인체가 적응할 수 있는 단백질 섭취량의 범위도 넓어서 체중 1kg당 0.36g의 단백질만 섭취하더라도 1~4주의 시간이 지나면 소변의 질소 배출이 감소해 단백질 균형이 유지될 수 있다는 사실도 지적하고 있다. 흔히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면 근육을 더 많이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단백질을 추가로 더 먹는다고 해서 근력이나 근육의 크기가 증가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최소 필요량 이상의 단백질은 몸에 축적되기보다 바로 배설되거나 근육이 아닌 지방으로 축적된다.

단백질 필요량에 대한 역사적 논쟁과 사실을 살펴봤을 때, 과도한 단백질 섭취는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최소한의 필요량을 살짝 상회하는 수준으로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무난하고 안전한 참고 값은 평균섭취량이고, 권장섭취량은 상한치로 생각하는 것이 좋다. 권장섭취량 이상을 섭취하기 위해 애쓸 경우, 오히려 지속적인 단백질 과잉섭취로 인한 부작용을 경험하기 쉽다.

 

세계보건기구에서 동물성 단백질과 식물성 단백질을 구분하지 않는 데에 적잖이 놀랐을 것이다. 녹말 식품의 단백질 및 필수아미노산 양을 보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2015 한국인 영양소 섭취 기준'에서 19~29세 남성 집단에게 권장하는 칼로리(2,600kcal)만큼 현미, 보리, 밀, 감자, 옥수수 등의 녹말 식품을 섭취하면 각각 48g, 71g, 103g, 72g, 78g의 단백질을 섭취하게 된다. 시금치와 브로콜리를 2,600kcal만큼 섭취하면 단백질을 무려 372g, 250g씩 섭취하게 된다. 녹말 식품, 채소, 과일, 콩류 등 다양한 식물성 식품을 골고루 본인에게 필요한 칼로리만큼 섭취하면 단백질은 절대 부족할 수 없다. 물론 밀이나 옥수수의 경우 라이신이나 트립토판 같은 일부 필수아미노산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평생 옥수수나 밀가루만 먹으면서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또한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필수아미노산과 비필수아미노산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필수아미노산과 비필수아미노산은 체내에서 합성할 수 있는지 여부에 의해 구분된다. 비필수아미노산은 필수아미노산을 원료로 합성할 수 있어서 꼭 음식을 통해 섭취할 필요가 없지만, 필수아미노산은 그렇지 않고 필히 음식을 통해 섭취해야 하기 때문에 '필수'라는 말이 붙은 것이다. 이런 이유로 필수아미노산 필요량은 비필수아미노산 섭취량 및 총 단백질 섭취량에 의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비필수아미노산 혹은 단백질 섭취량이 많으면 그만큼 필수아미노산으로 비필수아미노산을 합성할 필요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화관을 통해 흡수되는 단백질 중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단백질은 단지 32% 정도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나머지 68%의 단백질은 우리 몸의 일부인 소화관의 상피세포나 소화효소이기 때문에 설사 음식의 특정 아미노산이 부족하더라도 우리 몸의 단백질에서 그 부족한 아미노산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식물성 식품을 먹으면서 단백질이 부족해지는 경우는 과도하게 적게 먹거나 단백질이 제거된 식용유와 설탕으로 칼로리의 대부분을 채울 때뿐이라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동물성 단백질이라도 적게 먹으면 괜찮을까? 안타깝게도 동물성 단백질은 식물성 단백질에 비해 인간의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 구성이 비슷해 대사속도가 빠르고 세포의 성장과 분열을 촉진하는 경향이 있다. 동물성 단백질이 인슐린 및 인슐린유사성장인자-1 같은 성장 관련 호르몬을 체내에서 더 많이 합성시키지 때문이다. 이런 특성이 성장기 아이들을 빨리 크게 하고 체중을 빨리 증가시켜 과거에는 장점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암세포 성장 및 세포 분열, 인슐린저항성, 비만,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지방간, 심혈관질환 등을 촉진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한마디로, 동물성 단백질은 최대한 먹지 않는 것이 안전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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