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수화물에 대한 가장 잘못된 주장은 '탄수화물은 당분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 탄수화물은 설탕이나 마찬가지다'라는 것이다. 이는 '도자기는 흙으로 빚어지기 때문에 모든 도자기는 모양이나 크기에 상관없이 흙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흙이 집을 더럽히지 못하게 도자기를 죄다 갖다 버리는 게 좋다'라는 주장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주장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탄수화물은 영어로 carbohydrate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탄소와 물이 결합된 생체분자를 뜻하며, 탄소의 개수에 따라 (C·H2O)n의 화학식을 갖는다. 영양학적 측면에서는 탄소 6개로 구성된 단당들이 기본적인 단위이고, 이 단당들이 결합한 정도에 따라 이당류, 올리고당류, 다당류로 나뉜다.
단당류는 포도당, 과당, 갈락토오스 등 3가지가 있다.
과당은 포도당이나 단맛이 강하며, 직접적으로 혈당을 올리지 않고 간에서 포도당이나 젖산으로 변환된 후 에너지로 사용된다. 갈락토오스의 단맛은 포도당과 비슷하며, 체내에서 포도당으로 전환된 후 에너지로 사용된다. 세 단당류는 탄소, 수소, 산소 원자 개수가 같아 화학식이 동일하나 구조가 달라 인체에는 다른 물질로 인식된다.
이당류는 단당류 2개가 결합한 당으로, 포도당 2개가 결합한 엿당, 포도당과 과당이 결합한 자당, 포도당과 갈락토오스가 결합한 젖당 등 3가지가 있다. 이당류는 소장점막에서 분비하는 말타아제, 수크라아제, 락타아제 등의 효소에 의해 포도당, 과당, 갈락토오스로 분해되어 소장상피세포를 통해 흡수된다. 이 중 락타아제는 주로 젖을 먹는 기간에만 분비되고 이후에는 분비되지 않는다. 젖당은 포유류의 젖에만 존재하는데, 이는 인간이 젖먹이 시기가 끝나면 다시 젖을 먹지 않도록 진화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올리고당류는 단당류들이 3~9개 결합된 다양한 탄수화물을 뜻한다. 포도당으로만 결합된 말토덱스트린은 적당한 단맛이나며, 탄소 개수가 적을수록 쉽게 분해되고 단맛이 강해지고 점성이 낮아진다. 과당이 여러 개 결합되어 있거나 포도당에 과당이 여러 개 결합되어 있는 프럭토올리고당은 설탕보다 단맛이 적고, 점도가 있어 물엿이나 시럽의 원료로 많이 사용되며, 아가베, 바나나, 양파 등에서도 추출된다.
통상 단당류와 이당류를 묶어서 단순당 혹은 단순탄수화물이라 하며, 올리고당은 다당류와 단순당의 중간 정도에 위치하되 다당류인 녹말이나 식이섬유와 비교했을 때는 단순당에 보다 가깝다. 일부 올리고다은 소화효소가 분해하지 못해 대장에서 장내 세균의 먹이가 되기도 한다.
다당류는 10개 이상의 단당류가 사슬처럼 결합된 것으로, 포도당이 수백~수십만 개 결합된 녹말과 글리코겐이 영양학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녹말은 주로 식물에서 에너지를 저장하는 방식이며, 포도당이 결합되는 방식에 따라 아밀로스와 아밀로펙틴으로 구분된다. 아밀로스는 포도당이 300~3,000개 결합되어 있는데 중간에 가지를 만들지 않고 길게 연결되어 있는 반면, 아밀로펙틴은 포도당 24~30개마다 가지를 만들어 한 분자에 2,000~20만 개의 포도당이 결합되어 있다.
평균적으로 녹말은 20~25%의 아밀로스와 75~80%의 아밀로펙틴으로 구성되지만 식물의 종류에 따라 구성 비율이 다양하다.
글리코겐은 동물에서 에너지를 저장하는 방식으로 포도당 8~12개마다 가지를 만들어 3만 개 정도의 포도당이 결합되어 있고, 간에 100~120g, 골격근에 400g 정도가 저장된다. 체내 글리코겐 저장량은 주로 신체 단련, 기초대사, 식습관 등에 의해 결정된다. 보통 사슬의 끝부분에서부터 포도당의 분해가 진행되기 때문에 가지가 많을수록 빨리 분해되어 체내에 포도당을 빠르게 공급할 수 있다.
아밀로스는 찬물에 잘 녹지 않고 소화효소에 의한 분해가 더디다. 반면, 아밀로펙틴은 찬물에 잘 녹고 소화효소에 의한 분해가 잘 된다. 그래서 아밀로스는 소장에서 소화되지 못하고 대장까지 내려가 세균에 의해 분해되기 쉽다. 아밀로스 함량이 높은 녹말을 난소화성 녹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난소화성 녹말은 일종의 식이섬유와 같은 역할을 하는데, 난소화성 녹말섭취량이 많을수록 인슐린민감성이 향상되고 염증 수준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녹말 식품에는 다양한 다당류가 혼합되어 있어 이들을 복합탄수화물이라고도 부른다.
다당류에는 인간의 소화효소가 분해할 수 없는 종류가 있다. 바로 식이섬유다. 물론 식이섬유 중에는 리그닌처럼 탄수화물이 아닌 종류도 있지만 대부분 탄수화물이고 식물성 식품을 통해서만 섭취할 수 있다. 식이섬유 자체는 의미 있는 에너지를 생산하지 못한다. 하지만 함께 섭취한 영양분의 흡수에 영양을 미치고, 대장 속 세균에 의해 발효되어 부티르산 및 기타 생체활성물질로 대사되고, 유익균을 증식시키고, 대변을 부드럽게 만들어 배변을 원활하게 하고, 발암물질, 환경호르몬, 콜레스토렐의 배설을 촉진한다.
이렇듯 탄수화물은 매우 다양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영양소와 비영양소를 포함한다.
탄수화물을 분해하고 가공해서 단맛을 즉각적으로 느끼도록 만든 '당류' 형태로 탄수화물을 섭취하지 않고 통곡물, 과일, 채소, 콩류 등 자연상태의 식물성 식품 형태로 섭취하면 탄수화물로 인한 부작용은 발생하지 않는다.
오히려 탄수화물을 많이 먹을수록 건강해진다. 사실 가공되지 않은 식물성 식품에서는 녹말, 당분, 식이섬유가 분리되지 않는다. 즉, 녹말과 당분을 많이 먹는 것이 식이섬유를 많이 먹는 것이고, 식이섬류를 많이 먹는 것이 녹말과 당분을 많이 먹는 것이다. 그러다 현대 자본주의 시대 이후 가공식품이 등장하면서 이 성분들이 분리되기 시작했다.
설탕, 액상과당, 각종 시럽, 과일주스 등 가공된 탄수화물과 식이섬유, 당류, 녹말류 등이 분리되지 않은 탄수화물은 전혀 다른 음식으로 취급해야 한다. 앞으로 전자의 탄수화물은 '당류'로 지칭하고, 각종 곡식(쌀, 보리, 밀, 옥수수 등), 녹말류(감자, 고구마 등), 과일, 콩류, 채소 등 가공이 덜 된 식물성 식품의 탄수화물만을 '탄수화물'로 지칭할 것이다.
'건강 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알아두면 좋은 영양생리의 기초 - 지방 (0) | 2024.09.25 |
---|---|
알아두면 좋은 영양생리의 기초 - 단백질 (0) | 2024.09.25 |
등푸른 생선이 정말 건강에 좋을까? (0) | 2024.09.23 |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0) | 2024.09.23 |
우유가 뼈를 구원할까? (0) | 2024.09.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