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생선, 계란, 우유, 식용유, 설탕이 들어간 음식을 먹지 말 것을 권하면 사람들은 "먹을 게 없네, 도대체 뭘 먹으라는 거죠?" 등의 반응을 보인다. 이 6가지 음식 중에서 가장 피하기 어려운 것은 무엇일까? 각자 취향이 있으니 피하기 어려운 음식도 제각각이겠지만, 건강하게 음식을 고를 때 가장 마지막까지 통제하기 어려운 것이 바로 '식용유'다.
식용유의 범위에는 참기름, 들기름, 올리브유 등 소위 건강에 좋다고 소문난 식물성 기름도 포함된다.
나물이나 산채비빔밥에는 마무리로 꼭 참기름이 들어간다.ㅠ설탕이 첨가되지 않은 떡인 절편도 만든 후에 서로 들러붙지 않도록 기름을 잔뜩 바른다. 사소해 보이지만 이렇게 추가된 기름은 절대 무시할 수 없다.
많은 한국인이 과거부터 먹어왔던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건강에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왕에 참기름, 들기름을 넣을 거라면 듬뿍듬뿍 넣으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들기름이나 참기름을 많이 먹으면 혈당이 치솟을 수 있다.
지방이 어떻게 인슐린저항성을 초래하고, 혈당조절을 방해하고, 다양한 질병을 일으키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나중에 다르기로 하고, 우선 과거 한국인이 어떻게 기름을 먹었는지부터 확인해 보자..
1961년 한국인이 하루에 섭취한 식용유의 양은 1인당 1.2g이었다.
당시 콩기름이 국내에서 생산되기 전이라 그때 한국인이 먹던 기름은 참기름, 들기름, 고추씨기름 정도였다.
보통 물 4방울이 1g인 걸 감안하면 당시 사람들은 하루 평균 5~6방울의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먹었던 셈이다.
그렇다고 매일 몇 방울씩 기름을 먹은 것은 아니고, 특별한 날에만 참기름, 들기름을 쓴 음식을 먹고 나머지 날에는 아예 기름성분을 먹지 않는 식의 식단을 유지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1960~70년대를 기억하는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당시에는 참깨나 들깨를 기름으로 짜서 먹기보다 그냥 먹거나 가루로 만들어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답한다. 즉, 참깨나 들깨를 통째로 먹었지 기름성분만 추출해서 먹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시절에는 기름의 보관도 용이하지 않아 참깨나 들깨를 필요할 때 바로바로 갈아서 사용하는 것이 더 적절했을 것이다.
때문에 현재 참기름이나 들기름이 많이 들어간 음식은 과거 한국인이 먹던 음식이 아닐 확률이 높다.
설사 과거에 그런 음식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 음식은 일상적으로 먹는 것이 아닌 특별한 날에만 먹는 것이었다고 봐야 한다..
그러니 전통 방식을 따른다면 현대인들도 참깨나 들깨를 가끔씩 먹는 것이 타당하다.
현대인은 참기름, 들기름뿐만 아니라 식용유로 튀기거나 볶은 음식을 먹지 않고 하루를 보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특히 단체 급식의 경우 더욱 그렇다. 돈가스, 동그랑땡, 튀김, 계란프라이, 전, 김치볶음, 채소볶음, 볶음면, 볶음밥 등은 단체 급식의 인기 메뉴들이다. 일반 식당의 메뉴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는 과거보다 50배 가까이 식물성 기름을 더 먹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인은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식용유를 많이 먹기 시작했을까?
한국의 대표 식용유 브랜드 '해표식용유'의 역사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해표식용유는 1971년 진해에 대규모 대두 가공 공장이 완공되면서 생산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전까지 요리에 돼지기름을 사용해 오던 주부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벌여 '콩기름은 유용한 식용 기름이며, 식용유는 콩기름이다.'라는 인식을 심는 데 성공했다. 더불어 전국의 중·고등학교 가사 실습 시간에 해표식용유를 제공하고 요리 강연회를 활발히 펼쳤다. 이 과정에서 '불포화지방은 건강에 좋다, 식물성 기름은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굳어졌다.
1971년 해표식용유가 탄생하기 전까지 지금 우리들이 익숙하게 먹는 식용유로 조리한 음식들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기름으로 조리한 음식은 대부분 돼지기름을 이용했는데 돼지기름은 돼지고기만큼 구하기 힘들었다.
그러니 이런 음식들은 어쩌다 한번 먹는 귀한 음식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해표식용유의 탄생과 함께 과거의 귀한 음식이 일상 음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하지만 해표식용유를 생산하게 된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가축 사료다. 대두 가공 공장에서는 식용유뿐만 아니라 가축 사료의 원료인 대두박도 생산한다. 사실 매출액만으로 따지만 대두박 매출이 식용유의 1.5배가량 되기 때문에 오히려 식용유가 부산물인 셈이다. 식용유와 축산, 식용유와 동물성 식품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 GMO 콩을 수입해서 가축 사료와 식용유를 생산하고 각각을 판매해 수익을 올리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제로 1971년을 기점으로 식용유와 동물성 식품 섭취량은 거의 평행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유사한 패턴으로 증가했다.
이런 밀접한 관계는 사료가 팔리지 않으면 식용유 생산도 멈춰 식용유 가격이 오르고, 반대로 식용유가 팔리지 않으면 사료 생산도 멈춰 사료 가격이 오르는 상황을 초래한다. 실제로 한국에서는 1990년에 값싼 수입 대두박 때문에 국산 대두박이 팔리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그로 인해 대두유 생산이 70%나 감소하는 이른바 '식용유 대란'이 벌어졌다. 건강을 위해 동물성 식품 섭취를 줄이려면 식용유 섭취도 줄여야 한다. 그래야 사료 가격이 상승해 동물성 식품 생산이 자연스럽게 감소하고 식생활 환경도 건강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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