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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정보

점점 어려지는 초경

by 스마일 만지 2024.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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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경포비아라는 말이 있다. 초경이 빨라지면 성장판도 빨리 닫혀 아이의 키가 남들보다 작을지도 모른다는 부모들의 걱정을 가리키는 용어다. 과거보다 확연히 어려진 초경연령을 경험하면서 부모들은 이런저런 걱정이 많아졌다. 현재 조기초경은 만 12세 미만에 시작되는 월경으로 정의된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되기 전에 월경을 시작하면 조기초경인 것이다. 하지만 이 기준이 과연 적절한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한국인의 초경연령은 출생 연도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다.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분석한 연구에서, 1920~1995년 한국 여성들의 평균 초경연령이 10년마다 0.68~0.73년씩 감소한 사실이 확인된다. 20세기 인류가 평균적으로 10년마다 3개월 가량 초경연령이 감소해온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초경연령 감소 경향은 매우 강하며 2000년 이후 태어난 여성들의 평균 초경연령은 12세 미만이 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까지 평균 초경연령이 12세 미만인 나라는 보고된 바 없다.

인류의 초경연령 감소 경향은 1900년 이후에 본격화되었다. 유럽도 1900년 이전에는 평균 초경연령이 만 17세 수준이었다. 인류의 초경연령이 12~17세로 다양하다면 과연 몇 살에 초경을 하는 게 자연스럽고 이상적일까?

1920년대에 태어난 한국 여성은 만 16.59~16.9세에 초경을 했다. 반면, 동시대에 태어난 서구국가 여성들은 만 14~15세경에 초경을 했다. 초경연령은 미국이 가장 낮았는데, 1900년에 이미 만 14세 미만이었고 1947년에는 12.8세였다. 초경연령의 지역적 분포를 보면, 대체로 산업화와 경제 발전이 진행되고 영양상태가 개선된 지역에서 초경연령이 낮았다. 이런 현상은 초경연령 감소를 경제 발전, 선진화, 사회적 성취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낮은 초경연령은 다양한 건강문제와 관련이 있다. 조기사망, 유방암, 자궁내막암, , 심혈관질환, 비만, 대사증후군, 인슐린저항성, 고혈압, 당뇨병, 우울증, 조기성관계, 10대 임산 증가 등이 초경연령 감소와 관련이 있다. 반대로, 초경이 늦을 경우에는 골밀도가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은 지난 50년간 초경연령 감소와 함께 위에서 언급한 문제들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서구사회 또한 여러 질환들이 증가하기 시작한 시기와 초경연령이 감소한 시기가 일치한다. 특히 초경연령 저하가 가장 현저하게 나타난 미국에서는 1921년부터 심혈관질환이 사망원인 1위다. 이 모든 것을 고려했을 때 현재 정상 초경연령의 기준인 만 12세가 과연 적절한지 강한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초경연령을 감소시킬 수 있는 요인들로는 동물성 단백질 섭취, 하루 2시간 미만의 신체활동, 인슐린저항성, 성조숙증, 사춘기 이전 비만, 사춘기 이전 큰 키, 생후 9개월까지 급격한 체중 증가, 환경호르몬 노출 등이 있다. 사춘기 이전의 동물성 식품 섭취 증가, 그리고 이로 인한 성장 촉진, 지방 축적, 인슐린저항성이 초경연령 감소와 각종 만성질환 증가로 이어지는 것이다. 반면, 초경연령을 늦추는 요인들로는 식물성 단백질 섭취, 활발한 신체활동, 극심한 스트레스, 식품 섭취 제한, 영양 흡수장애 등이 있다.

당시 초경포비아로 돌아가보자. 많은 부모들의 관심사가 자녀의 초경과 키의 관련성에만 집중되어 있지만 조기초경은 그보다 더 큰 문제들과 관련이 있다. 조기초경에 대한 관심은 건강한 성장과 조기초경의 원인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져야 한다.

여성의 사춘기는 1. 2차 성징, 2. 최대 성장 속도, 3. 초경 등의 주요 사건으로 구성된다. 이 중 초경은 사춘기 후반의 사건으로, 통상 최대 성장속도 발생 후 6개월 정도 지나 발생한다. 때문에 유방 발육이 빠르거나 키 혹은 체중 증가 속도가 빠른 경우 초경 및 성장판 폐쇄도 빨라져 총성장 기간이 짧아질 가능성이 커진다. 그 결과 천천히 성장하는 아이들보다 성인기의 키가 작을 가능성도 커진다. 서울 지역 16~18세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평균 초경연령이 9.9, 12.5, 15.1세로 증가함에 따라 평균 신장이 각각 160.4cm, 161.8cm, 162.3츠로 증가했고, 평균 체질량지수는 각각 21.2, 20.1, 19.2로 감소하는 현상이 관찰되었다. 다시 말해, 초경이 빠를수록 키는 작고 체중은 많이 나가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물론 성인기 키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초경연령과 성장속도만 있는 건 아니다. 유전적 배경, 사춘기 성장 기간의 길이, 스트레스, 수면시간, 중요한 시기의 질병 여부, 환경호르몬 등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한다. 실제로 1970년 이후 서구국가에서는 사춘기가 일찍 시작되지만 진행은 느린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미처 파악하지 못한 새로운 환경적 요인들이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들에게서 위에 언급한 위험 신호를 감지하면 성조숙증클리닉 혹은 성장크리닉을 찾아 뼈 나이와 호르몬을 검사하고 진행을 지연시키기 위한 약물치료를 고민한다. 하지만 자녀들에게서 왜 이와 같은 신호들이 보이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우선이다. 초경자체가 아니라 초경을 초래한 원인들이 성인기에 다양한 건강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지 키만 걱정할 것이 아니라 자녀가 성인이 되어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건강한 생활습관을 익히게 하는 일이 훨씬 중요하다.

15세 이후의 초경과 관련 있는 생활습관은 한국인이 만 15세 근방에 초경을하던 때의 생활습관을 더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핵심은 동물성 식품 섭취를 최소 1970년대 수준으로 줄이고, 양질의 식물성 식품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다. 아울러 하루 2시간 이상 열심히 뛰어놀고, 낮에 충분한 햇볕을 쬐고, 야간의 빛 노출을 줄이고, 밤에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도 필요하다. , 초경이 늦어질 경우 감수해야 할 것도 있다. 초경 전까지는 초경과 성장속도가 빠른 아이들에 비해 키가 작을 수 있다. 하지만 초경이 시작될즈음 최대성장이 찾아와 얼마든지 따라잡기 성장이 가능하므로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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